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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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 를 향한 自白기타 2023. 11. 22. 00:53
처음 얼음사막 앞에 섰던 날을 떠올린다. 태어남과 동시에 손에 쥐었던 것들을 모두 빼앗기고 단 하나의 온기도 남지 않은 채 홀로 버려졌을 때. 의외로 마을과 사막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아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조차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를 버린 세상에 다시 받아달라 간청할 것인가? 차가운 바람 속으로 몸을 내던질 것인가? 어린아이는 믿을 것 하나 남지 않은 세상 대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눈보라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난생처음 본 얼음 사막이 눈부시게 빛나는 것은, 어딘가에는 온기를 품고 있기 때문일 테니까. 미지를 향한 호기심은 지적 생명체의 기본적인 욕구로, 아주 간단한 계기를 통해 촉발된다. 게르드는 그날부터 자신이 모르는 세상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은 용서하는 것. "내 사랑은, 그냥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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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기타 2022. 1. 28. 09:06
"이해해줘서 고맙군. 그 소원이란 것이나 잘 생각해 봐." 네 말을 듣고 작게 소리 내 웃었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노라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일지도 몰라. 노라. 노라. 그 이름은 정말로 성 따위 것에 묻혀버리기 아까운 것이었으므로. 잠시 생각에 빠진다. 미련이라는 것, 죽은 자의 생각, 잊힌다는 것, 산 자의 고집. 노라, 노라, 노라. 가족을 원하는 해적. 그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된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그런 이들을 셀 수 없이 봐 왔다. 개중에는 정말로 가정을 꾸려 육지에 정착한 이도 있었고, 해적들 사이에서 친해진 누군가와 가족이 되겠다 맹세한 경우도 있었지. 드물게 가족과 함께 바다로 온 이들도 있었어. 하지만 그 끝이 어땠을 것 같아? 그래, 십중팔구는 결국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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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여자들기타 2022. 1. 26. 13:11
네 푸른 눈을 들여다보면 그 어느 날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마녀들처럼 웃으며 바다로 도망치던. 그때 우리는 두 손을 꼭 잡고 있었지. 노라, 노라, 노라. 결혼은 아주 쉽게 여자를 나락으로 끌고 간다. 네가 정말로 불륜을 했는지, 아닌지. 그런 것은 딱히 중요하지도 않았다. 붉은 기가 도는 긴 머리칼, 주근깨에 푸른 눈을 가진 해적. 바네사, 너는 정말로 노라를 닮았어. 그리고, 동시에 나를 닮았다. '노라'에게 딸이 있었다면 꼭 너 같았을지도 모르지. 육지는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지만 노라를 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난 아직 잃기 두려운 게 남아 있는가? 노라, 노라, 내 사랑. 나는 널 여전히 잃을 수 없고 잊을 수 없어 이미 잃었을지 모른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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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온 소년을 아니?기타 2021. 12. 28. 04:27
이리 온, 아가. 오늘은 엄마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용감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이 섬에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저 바깥 거인의 세상에서 우릴 찾아온 한 소년의 이야기란다. 그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몰랐던, 하지만 앞으로 끝없이 달려가는 아이가 있었어. 작은 아이는 달렸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 새에게 잡혀가기도 하고, 두더지가 사는 땅 속을 탐험하기도 하고, 고래 입 속에 들어갔다 나온 날도 있었지. 그렇게 멀리, 더 멀리. 바다를 건너 섬까지. 이윽고 소년이 된 아이는 자신이 왔던 곳을 찾아낸 거야. 소년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아주 간단한 짐만 꾸려 이 섬으로 들어왔어. 소설을 쓰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사람들은 모두 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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